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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재료

당근 2차세계대전 때부터 널리 먹어온 당근케이크

by 바바비바 2023. 2. 17.

테이블 위의 많은 당근

당근 하면 흔히 토끼나 말을 떠올리지만, 당근은 전 세계적으로 흔히 먹는 채소입니다. 당근의 식감과 향은 호불호가 있지만 당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있습니다. 당근 케이크, 당근 김치를 비롯하여 당근을 이용한 각종 수프나 소스 요리, 생당근을 이용한 당근 주스 등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당근은 베타카로틴 성분이 대랑 함유되어 있습니다.

 

당근이 미나리과라고?

당근은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한국에서 당근을 홍당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홍당무는 ‘붉은(紅), 당나라에서 온(唐) 무’라는 뜻입니다. 또 비유적인 의미로는 ‘얼굴이 새빨개졌을 때’를 표현합니다.

당근이 처음 재배되었을 때는 당근의 뿌리보다는 향기로운 잎과 씨앗을 위해 재배되었습니다. 당근 씨앗은 독일 남부와 스위스에서 기원전 2000~3000년까지 발견되었습니다. 파슬리, 고수, 쿠민, 딜, 아니스, 회향과 같은 당근의 가까운 친척들은 여전히 잎과 씨앗을 얻기 위해 재배됩니다.

 

줄기와 잎이 있는 당근

‘베타카로틴’하면 떠오르는 당근

당근에는 극미량의 비타민 B1, 비타민 B2 등을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 비타민K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몸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카로틴이라는 물질도 들어있습니다. 당분하고 철분이 풍부합니다. 비타민 A는 시력을 보호하고 야맹증 예방 및 매끄러운 피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당근은 날 것으로 먹는 것보다 익혀서 먹었을 때 소화도 잘되고, 베타카로틴 같은 영양분 흡수율도 훨씬 높아집니다. 베타카로틴은 많이 함유되어 있는 당근은 강한 항산화 성분으로 항암작용을 하여 폐암이나 후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등에 예방효과가 있는 알칼리성 식품입니다.

 

당근 케이크 단면

설탕을 대신했던 당근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때,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당근 먹기를 장려했습니다. 이는 설탕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설탕과 우유, 계란 등은 전시배급제에서 귀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설탕, 우유, 계란이 주재료이기에, 전기로 기계까지 돌려야 했던 아이스크림은 사치품 중에서도 사치품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대신 단맛이 ‘당근 바’를 배급했습니다. 당근 바는 당근을 막대기에 꽂은 것입니다. 또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같은 주재료를 쓰는 케이크에 당근을 가득 넣어 당근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당근 케이크는 16세기 시절부터 귀한 설탕 대신 당근을 넣어 만든 음식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2차 대전 시기에 설탕을 아끼기 위해 국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장려되었습니다. 당근케이크는 미국까지 건너가 영미 모두에서 현재까지도 많이 만들어 먹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당근케이크가 유행을 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 성공적인 듯합니다. 당근케이크는 식감이 상당히 좋고 시나몬, 넛맥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서 당근 냄새는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근을 잘게 갈아 반죽에 넣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는 역할을 할 뿐, 특유의 향이나 식감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당근은 향이나 식감이 호불호가 있지만 맛은 뛰어나서 서양에서는 셀러리와 함께 채소 육수를 내는 용도로 자주 사용합니다. 당근으로 낸 육수는 양식에서 수프나 소스 베이스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데미글라스 소스의 대표적인 주재료입니다. 그리고 양념치킨 양념의 기본 베이스로도 당근이 많이 쓰입니다. 당근은 액체로 우려내면, 당근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은 그대로 살리고 호불호가 강한 식감이나 향은 다른 향신료를 이용해 제거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조리법입니다.

 

당근 김치

당근 김치, 마르코프차를 아시나요?

러시아와 발트 3국,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트탄 등의 옛 소련권 국가에 널리 퍼져있는 이 음식은 마르꼬프 빠 까레이스끼(Морковь по-корейски) 또는 간단히 마르코프차(Морковча)라고 불리는 당근김치입니다. 고려인에 의해 현지화된 김치의 일종입니다. 이름은 러시아어로 당근을 뜻하는 'Морков(마르코프)'와 한국어 '-채(菜, 나물 채)'가 "-차"로 변형되어 만들어졌습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연해주와 북만주에 거주하던 한민족이 소련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하면서 고려인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당시 한국식 김치의 주 재료였던 무를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당근을 이용해 김치를 만든 데서 비롯된 요리입니다.

의외로 기름진 러시아 음식과 특히 육류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좋아서 러시아인들도 먹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에도 이와 비슷한 양배추를 절여 만든 크바셰나야 카푸스타(자우어크라우트)가 있어서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치라고는 하나, 현재 한국의 김치와는 맛이 다르며 당근을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식초, 설탕, 마늘, 고수 씨, 고춧가루 등에 버무린 음식입니다. 마늘향이 강하고 적당히 산미가 있어서 외국의 절임음식인 피클이나 단무지보다는 김치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러시아 요리와 중앙아시아 요리를 파는 음식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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