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의 재료

옥수수 잘 알고 먹자, 펠라그라병과 삐콤씨

by 바바비바 2023. 2. 18.

바구니에 담긴 옥수수

콜럼버스에 의해 남미의 옥수수가 유럽으로 중동으로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가 담긴 옥수수 가공법은 함께 퍼지지 않아서 전 세계는 옥수수로 인한 펠라그라병과 같은 비타민B 결핍증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여전히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비타민B 결핍증에 시달립니다.

 

옥수수의 전래

옥수수는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입니다. 원산지는 페루입니다. 페루 남부에서 약 10,000년 전 원주민에 의해 처음 경작되었습니다.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화곡류(禾穀類) 식량작물에 속합니다. 여타 곡물류보다 생산성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옥수수라는 명칭 외에도 예로부터 강냉이, 옥수꾸, 강내미, 옥시기 등으로 불립니다. 영어로 익히 알고 있는 ‘corn’은 미국식 표현입니다. Corn의 어원은 ‘곡식’, ‘작물’이라는 뜻이며 더 널리 쓰입니다. 초기에 페루 원주민의 작물이라는 뜻인 'India cor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sweetcorn, popcorn, baby corn 등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식 영어 등 다른 영어권에서는 Maize라고 표현을 씁니다. 학계에서는 옥수수를 Maize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옥수수는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 시대의 주식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1493년 콜럼버스에 의해 옥수수는 유럽에 소개됩니다. 이후 50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어 식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밭, 식탁, 시장 등 일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8세기입니다. 인도나 중국에도 16세기 초에는 널리 퍼졌습니다. 한국에는 16세기에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B가 적힌 카드

이것을 모르고 옥수수만 먹으면 걸리는 병

옥수수만을 먹으면 필수 아미노산인 니코틴산(나이아신)이 결핍됩니다. 나이아신의 결핍은 펠라그라 병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이 펠라그라병은 온몸의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고 설사를 유발합니다. 심지어 신경이상으로 인한 정신착란까지 동반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옥수수의 나이아신 함량 자체는 쌀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옥수수의 나이아신은 쌀과 달리 나이아시틴의 형태라서 거의 흡수가 되지 않아서 옥수수만 먹다간 펠라그라 병에 걸리게 됩니다. 옥수수는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비타민B3(니아신)가 대량 소모됩니다. 다른 음식물로 비타민B3를 제때 공급해 주지 못하면 펠라그라병이 발병하게 됩니다.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마야, 아즈텍인들은 옥수수를 낱알로 분리하여 석회수에 담가서 옥수수 특유의 질긴 껍질을 제거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닉스타밀화(nixtamal+化)라고 하는데 이는 식감을 더 좋게 합니다. 또한 석회수의 알칼리성분이 나이아시틴을 나이아신으로 바꿔서 영양소 충족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들은 반찬으로 육류나 생선을 반드시 같이 먹어서 칼슘, 철분, 니코틴산 함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나이아신 결핍을 해결하였습니다. 옥수수가 유럽으로 전래되었을 때 이 조리법을 배워가지 않아서 펠라그라병이 빈번하게 발병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1950년에서 60년대, 한국 전쟁 후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에서 펠라그라병이 유행했습니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배고픔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영양은 꿈도 꾸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미국의 원조로 들어온 옥수수가루를 배급받았고, 이를 강냉이죽으로 끓여 굶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결국 옥수수 등을 주식으로 하던 가난한 국민들에게 피부병인 ‘펠라그라’와 같은 비타민B 결핍증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영양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던 사람들은 피부병인 펠라그라뿐 아니라 각기병과 구루병 등 비타민B 결핍증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유한양행의 삐콤씨의 전신인 삐콤정이 1963년 탄생하게 됩니다. 삐콤정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이신, 고(故) 유일한 박사의 특별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그 당시, 비타민B 결핍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삐콤정은 저렴한 값에 건강 증진과 영양을 보급하겠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삐콤정은 ‘비타민B 보충은 절대필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도 북한을 비롯해 아프리카 등, 옥수수가 주식인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펠라그라병을 비롯하여 비타민B 결핍증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옥수수

옥수수의 무궁무진한 활용법

옥수수는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되는 곡물입니다. 옥수수는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옥수수, 옥수수 전분과 같이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어 요리에 쓰기도 하고 과자 등 가공식품 만드는 옥수수, 팝콘용 옥수수, 압착해 기름을 짜내는 옥수수, 액상과당의 원료로 쓰는 옥수수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동물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플라스틱 등 바이오 연료로 쓰는 옥수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옥수수는 이삭뿐 아니라 줄기, 수술, 잎, 수염들도 모두 활용하는 식물입니다. 특히, 옥수수수염의 경우, 뜨거운 물에 우리거나 끓여서 ‘옥수수수염차’를 만들어 마십니다. 옥수수의 과잉생산 문제는 심각한 정치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산업적으로 생산성이 좋은 옥수수는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댓글